마지막 날에도 저는 클럭스타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경기 커미티 논의를 거쳐서 결국 스피드런을 했습니다.
그때, 클럭스타트를 반대한 논리가 2게이트 출발 선수들이 1게이트 선수들을 보고 따라 잡기 쉬어 불공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은 결정적으로 논리가 취약합니다. 그 점은 스피드런도 매한가지이며 오히려 더 심합니다. 그나마 클럭스타트는 그룹이 형성되어 있어서 중간에 빈 공간이나마 있지만, 스피드런은 계속 줄줄이 출발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체들이 줄줄이 깔려 있습니다. 게다가 스피드런은 리딩포인트 주기도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제가 클럭스타트를 더 선호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간단히 예를 들겠습니다.
스피드런을 고려하는 날은 보통 날씨가 좋지 않아 변동이 심하거나 금방 열기류가 식어 버립니다. 이때는 운좋게 좋은 타이밍을 만나 쉽게 가던지 아니면 나쁜 타이밍을 만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그야말로 실력하고는 별로 무관하게 아무도 모르는 운대가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변동이 심하지 않고 열이 금방 식어 버리는 경우는 전적으로 이륙 먼저 한 순서대로 유리하게 됩니다.
이럴 때에 단 20명씩만 뭉쳐서 스타트를 시킬 수 있어도 일단 그룹 내에서는 똑같은 시간에 스타트를 하기 때문에 공평합니다. 그리고, 상위 20명이라면 국가대표 경쟁을 하는데 선수 경쟁 요건은 됩니다. 이들만이라도 똑같은 조건에서 공평한 경쟁을 시키는 것이 경기 운영 원리에 맞습니다.
2,3 차 게이트 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그 그룹 내에서는 공평한 조건이 됩니다.
물론, 그룹 간의 불공평이 있습니다. 그것은 리딩포인트로 인해 후위가 불리한 면도 있고, 앞서 기체를 보고 가기 때문에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로 보았을 때는 스피드런보다는 공평합니다. 그리고, 후위 그룹이 이런 날 득을 본다고 1년 총합을 내서 상위 랭킹에 진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세상의 사물을 볼 때 잣대를 늘였다 줄여다 하지 말고 같은 기준으로 비교를 해 주십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굳이 표를 만들지 않아도 단 20명 씩이라도 스타트게이트 그룹을 형성할 수 있다면 클럭스타트가 스피드런보다 100번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경우는 리딩포인트까지 넣을 수 있어 선두그룹들의 경기력을 더 잘 평가할 수 있습니다.
스피드런의 미비점을 보완해서 만든 것이 클럭스타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선수들의 고정관념으로 활용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